10월 추석 연휴가 끝나갑니다. 긴 공휴일 기간 동안 스트레스 받은 분도 계실 것이고, 가족 친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신 분들도 계실 텐데, 모두 안전하게 댁으로 귀가하시고 또다시 일상에 돌아갈 준비를 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다가오는 10월 9일 금요일은 한글날입니다. 한가위에 가족, 친척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10월 9일 한글날 공휴일을 시작으로 또 다시 3일간의 연휴가 시작됩니다. 각자 코로나 방역수칙을 잘 지키시면서 안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한글과 한글날
현재 전 세계에서는 약 7천여 개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중 5천만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는 25개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 중 가장 많은 사용 인구를 자랑하는 언어는 당연 중국어입니다(이하 모두 2019년 기준). 의외로 영어는 사용 인구수를 기준으로 3위를 차지하고 있고, 2위는 스페인어가 차지를 했습니다. 스페인 역시 수 많은 식민지를 가졌던 국가였기 때문에, 유럽을 비롯한 남미 여러 국가에서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페인어는 약 4억 명 후반대의 인구수를, 영어는 3억 7천만 명 정도의 사용 인구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한글은 15위를 차지했으며 남북을 합쳐 총 7천 7백만 가량의 인구수가 한글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글 역시 꽤나 파워가 있는 언어인 것 같네요.
한글은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세종대왕이 집현전 학자들과 함께 1446년 창제하여 반포한 언어입니다. 훈민정음 서문에 ‘정통 11년 9월’에 한글이 반포되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를 기반으로 9월 10일의 음력날짜를 기준으로 삼게 되었고, 이를 양력으로 환산한 날이 10월 9일이기 때문에 10월 9일이 한글날이 되었습니다. 그 전까지 우리나라는 고유한 문자가 존재하지 않았고, 중국에서 사용하던 한자를 공식 언어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한자에 대한 발음을 표기하기 위한 '이두'라는 약식 문자가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한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단어 하나하나가 의미를 표시하는 ‘표의문자’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배워야 할 한문의 규모가 너무도 방대했습니다. 때문에 생활에 여유가 있는 양반집에서만 한자를 사용할 수 있었고, 백성들 대다수는 글을 읽을 수 없는 문맹이었습니다. 이때문에 정부에서 진행하는 각종 사업에도 백성들이 참여할 수 없었고, 언어를 알지 못해 억울한 일을 당한는 일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습니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당시 왕인 세종과 지금으로 치면 국책연구기관인 ‘집현전’에서는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를 만들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였고, 이를 통해 만들어 진 것이 ‘한글’입니다.
당시 조선은 중국을 윗나라로 섬겨야 한다는 사대주의적 사고가 지배층 사이에서 두터웠기 때문에, 한자를 대체하기 위한 한글은 ‘천한’문자로 취급하였고, 훈민정음 반포 이후에도 많은 부침을 겪었습니다. 새로운 문자를 창제한다고 하니 '최만리'라는 양반은 상소까지 올려가며 한글 창제를 반대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글의 창제 목적 자체가 모든 사람들이 쉽게 사용하기 위한 언어를 만들기 위함이었기 때문에, 한글은 굉장히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문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글처럼 만들어진 년도가 정확하고 의도가 명확한 문자가 드물다고 합니다. 대다수의 언어가 자연발생적으로 조금씩 조금씩 창조와 변형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매년 유네스코에서는 문맹 퇴치에 기여한 사람 혹은 단체에게 상을 수여하고 있는데, 이 상의 이름은 ‘세종대왕 문해상(UNESCO King Sejong Literacy Prize)’입니다. 한글의 우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글날은 일제강점기인 1926년 최초로 지정되었는데, 당시 한글을 연구하던 단체인 ‘조선어 연구회’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일본에 의해 진행되었던 민족문화 말살정책에 대항하여 우리 고유의 문자인 한글을 기억하고 지키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당시 한글날의 초기 명칭은 ‘가갸날’이었습니다. 이는 일제강점기 시기 국호가 없는 상황에서 ‘한글’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도 어려웠고, 한글을 배우는 것을 ‘가갸거겨’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가갸글’이라는 명칭으로 널리 사용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여곡절이 있는 ‘공휴일’한글날
한글날은 광복 이후부터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1990도에 ‘공휴일이 너무 많아 기업 등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국군의 날과 함께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그렇게 한글날이 평일로 이어져 오다, 2013년에 이르러서야 다시 공휴일로 지정되어 빨간날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공휴일이 되었지만, 한글날마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이 ‘언어파괴’에 대한 우려입니다. 각종 줄임말, 외래어 남용, 신조어 등을 예로 들면서 한글의 우수성과 그 취지가 훼손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과정이 한글이 굉장히 쉽게 여러 형태로 변화되고 적용되어 우수성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쉽게 변화시킬 수 있고,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시대가 지나면 모든 것들은 변하기 마련입니다. 문화와 생활양식이 변화하는 만큼, 언어도 그 속도에 맞춰 변화하게 됩니다. 2,30대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한글의 다양한 변화를 마냥 걱정스럽고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기보다는, 그 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보는 것은 어떨까요? 중요한 것은 변화되는 한글의 형식보다, 그 말이 담고 있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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