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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경제이야기

인국공 정규직 전환과 우리나라 고용시장

by 가나다라abcd 2020. 6. 25.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국공')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인국공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채용 소식이 논란입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문제 해결을 위한 의미 있는 행보로 보는 반면, 청년 일자리가 안 그래도 부족한 상황에서, 공정한 과정 없이 모두가 원하는 정규직으로 된 것에 반발하기도 합니다. 우선, 정확한 내용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번 공사가 발표한 직고용 전환 대상자는 여객 보안검색 1,902명, 공항소방대 211명, 야생동물 통제 30명으로, 총 2,143명이 대상입니다.

  • 논란이 되는 '여객 보안검색'직군은 '아르바이트생'이 아닙니다. 여객보안검색 직군 종사자는 항공보안 기초교육 40시간, 특수경비 신임교육 88시간, 현장 직무교육 80시간을 수료한 후 국토교통부의 평가를 통해 채용이 결정됩니다.

  • 현재 이들이 받는 임금은 3,500만 원 수준입니다. 직고용을 통한 자회사로 소속이 변경되면 3,650만 원가량을 받게 됩니다. 여기에 정규직의 1인당 복리후생비를 포함하면 4,000만 원대의 연봉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졸 공채로 인국공에 입사한 사원의 경우 5,000만 원대의 연봉을 받습니다.

  •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는 발언이 나온 단체 카톡방은, 사실 단체 카톡방이 아니라 오픈 채팅방으로, 해당 글을 올린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비정규직은 언제부터?

1997~8년 나라가 부도위기에 처한 시절, IMF는 외화를 빌려주는 대신 몇 가지의 조건을 겁니다. 그중 하나가 '노동시장 유연화'입니다. 말 그대로 직원들의 해고를 쉽게 만든, 그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고용형태입니다. '유연화'라는 말은 굉장히 잘 포장된 말이고, 사실은 쉬운 해고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정규직은 말 그대로 정규적으로 일하는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고용이 보장되어있지 않습니다. 보통 1~2년마다 사용자와 재계약을 해야 합니다. 때문에 극심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기도 힘듭니다. 사용자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쉽게 해고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은 일터에서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안전장치 및 관련 법규 준수를 사용자에게 요구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일터에서 산업재해 피해를 입는 대다수의 노동자의 비율은 비정규직이 훨씬 많습니다.

정규직, 비정규직과 산업재해

 

높아지는 임금격차와 사회 양극화

비정규직은 회사에서 직접 고용되지 않고 용역 업체를 통해 고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파견, 도급, 특수고용 등 그 형태도 굉장히 다양해서, 통계상으로 제대로 집계조차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렇게 몇 단계를 거쳐서 고용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정규직이 받는 월급은 줄어들게 됩니다. 중간 인력업체에서 중개료 명목으로 공제하는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직접 고용되지 않고 다른 협력/도급업체를 통해 일을 하는 직원들은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됩니다. 산업재해 발생 시 원청업체(사용자)는 '자신 회사에 소속된 인력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협력/도급업체는 '직접 사용자는 우리가 아니다'라며 발뺌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비정규직 현황

이렇게 채용된 비정규직은 호봉 상승 등의 물가 인상에 따른 임금 상승 혜택도 받지 못하고, 정규직과는 임금격차가 절반 가까이 납니다. 즉, 사회의 양극화가 점차 심해지는 것입니다. 사회가 양극화된다는 것은 사회 구조가 경직된다는 의미이고, 이는 계층 간 이동이 멈춰버리는 상황이 됩니다. 계층 간 사다리가 없어지는 것이죠. 이런 사회를 우리는 '부의 대물림'사회라고도 합니다. 개천에서 용 나기가 점점 어려운 사회입니다.

 

어쨌든, IMF 이후 비정규직, 계약직 등은 우리에게 익숙한 고용 형태가 되었습니다. 이후 정부에서는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하여 여러 대책들을 내놓았지만, 비정규직 비율은 좀처럼 줄고 있지 않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최대의 비용 중 하나인 인건비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내 꿈은 정규직'이라는 게임이 발매되고 뉴스에도 회자가 되었을까요. 취업난이 심해지는 가운데, 모두가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하게 되면서 청년층들에게는 공무원, 공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공기업 중 1위를 선호도를 자랑하는 곳이 바로 '인국공'입니다.

 

 

노동에 대한 시선

위와 같은 내용과는 별개로, 이번 인국공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논란이 더욱 많이 되는 이유는 '노동'에 대한 시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공항에서 보안검색을 하는 인원들은 '알바나 하던 실력 없는 사람'정도로 취급하는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날것 그대로 표현하면 '사무직으로 들어가기 위한 수많은 공부와 시험 준비, 그리고 입사 후에 사무실에서 일하는 노동과는 격이 조금 떨어지는 노동' 정도라고 표현 가능할까요? 사실 보안검색 인력도 전문 기술이 필요한 직종이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시간 내에(20초라고 얘기합니다.) 엑스레이를 통해 수하물 속에 숨어있는 다양한 형태의 위험물에 대해 감지해야 합니다. 위험상황 발생 시 언제든지 상대를 제압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공항은 24시간 돌아가기 때문에 잠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몸 쓰는'일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습니다. 위험하고 남들이 꺼려하는 일을 할수록 많은 급여를 주는 것이 맞지만, 사실은 정 반대입니다. '못 배운 사람'이라고 쉽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올라서는 것 자체를 불쾌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 시선이 이번 논란과 관련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용시장의 방향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옳은 명제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사안에서 아쉬운 점은 남습니다. 바로 청년층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번 정부의 탄생은 2, 30대의 지지와도 직결되어 있었습니다. 젊은 세대의 '공정'에 대한 가치를 가장 잘 실현할 것이라는 믿음과 약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정 중에서도 '절차적 공정성'에 대한 희망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인국공 건에서도 사람을 정규직화 하는 것이 아니라, 자리를 정규직화 하는 방법이 어땠을까 합니다. 자리를 정규직 채용으로 바꾸는 대신, 기존에 일했던 노동자들의 경력 역시 공정하게 반영되는 방식의 채용과정을 통했더라면, 논란이 조금은 덜했을 것 같습니다. 사회의 양극화와 고용 불안을 심화시키는 비정규직은 점차 줄여나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줄이기 어렵다면 고용보험, 실업 급여 등의 사회보장제도를 점차 확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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