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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경제이야기

유가 폭락 사태와 저유가의 장기화가 미치는 영향

by 가나다라abcd 2020. 6. 23.

유가 폭락과 원유 선물 마이너스 사태

코로나19는 우리의 많은 것들을 바꿔놓았고, 진귀한 기록들을 여러 가지 만들었습니다. 기록적인 낙폭과 급반등 하는 롤러코스터 장세, 코스피 코스닥 두 시장이 동시에 과열되어 시장이 잠시 정지되기도 했습니다. WTI 원유 선물 가격이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의 월봉 차트

원자재 및 선물 트레이딩을 하시는 분들은 올 3~4월의 극심한 변동성에 다들 놀라셨을 것입니다. 60달러에서 형성되던 가격이 단 며칠 만에 10불 아래로 떨어지는 엄청난 움직임을 보였던 시기였습니다.

 

 

유가 폭락의 원인

코로나19로 인한 전례 없는 경기 침체와 국경 봉쇄로 인한 물류 급감으로 인해 원유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이번 유가 폭락 사태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석유 사용량 중 운송용 석유 소비는 전체에서 65%를 차지합니다. 거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업을 운영하는데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석유의 양은 약 7.5%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즉, 국경 봉쇄로 나라 간의 물류 이동이 제한되면서, 4월의 세계 석유 소비량은 2019년 4월 대비 24%가량 감소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소비 충격과 재고량 증가로 인해 국제유가가 폭락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4.20일 만기인 WTI 선물 유가가 최초로 -37.6달러를 기록하게 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5월과 6월을 거치면서 경제활동이 서서히 재개되고 석유 소비량도 서서히 늘어나고 있지만, 아무래도 떨어지는 속도보다 회복 속도는 더딜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석유 소비량이 줄어듦과 동시에, 또 하나의 악재는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합의 불발이었습니다. 석유 생산량 1, 2위를 다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석유 감산 합의가 불발되면서, 수요는 감소하고 공급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겹치게 된 것입니다. 감산합의 불발의 배경에는 러시아의 입장이 중요합니다. 사우디의 입장에서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를 증시에 상장시키고, 이를 통해 경제발전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기 때문에, 아람코의 이익치 상승을 위해서는 유가를 높이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반면에 또 다른 자원강국인 러시아는 미국에 대한 견제를 위해 석유값을 폭락시킬 필요가 있었습니다. 미국은 셰일혁명으로 인해 세계 3위권의 석유 생산국가로 발돋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셰일 업체의 석유 생산단가가 지반에서 파이프를 꽂아 올리는 석유보다는 비쌀 수밖에 없었습니다. 셰일 업체의 손익분기 유가 가격 약 60달러라고 합니다. 미국은 이러한 셰일 업체로 인해 수많은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나날이 늘어가며, 자원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기 때문에 수많은 사업체들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러시아는 이러한 셰일 업체를 흔들면서 동시에 미국의 경제를 흔들기 위해 유가를 좀 더 내릴 필요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요. 바로 이러한 불협화음이 지난 3월의 감산 합의 불발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의 경기침체와 맞물려 원유 가격의 폭락을 야기했습니다.

 

 

저유가의 영향

-산유국들의 경제위기

저유가가 지속되면 석유를 생산하는 산유국들의 재정 상황이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산유국들은 석유 판매의 비중이 국가 재정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충격의 강도가 더욱 클 수 있습니다. 다만, 세계 경제에서 아래에 나온 주요 산유국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실 크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서 오는 충격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유가로 인해 미국 셰일 업체의 도산이 현실화되면 미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 부분은 항상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수출 비중

-오일머니 회수

사실 더 큰 문제는 산유국들의 재정 악화로 인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일들입니다. 경제가 불안정해지면 사람들이 달러 및 현금을 찾듯이, 산유국들도 마찬가지입니다. 2019년 기준, 산유국들이 해외 각지의 자산에 투자한 금액은 약 5조 달러 정도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및 정부의 유동성 공급이 시급해지면서, 해외에 투자한 금액을 회수하는 움직임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사실 세계 금융시장의 전체 규모는 주식으로 약 75조 달러, 채권으로 약 100조 달러 등 180조 달러가량의 금액으로 추정됩니다. 180조 달러 중 5조 달러 규모는 큰 수치라고 할 수 없지만,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불안감이 조성되어있는 상황에서는 충분히 하나의 트리거가 될 수 있는 금액이라고 생각합니다.

 

-물가 하락

석유는 우리가 평상시에 쓰는 생필품의 주원료가 되기 때문에, 석유 가격의 하락은 물가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물가의 하락은 곧 디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물가가 하락하면 좋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 수 있지만,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불황이 찾아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가가 하락하게 되면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됩니다. 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죠.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기업이 판매하는 물건의 가격까지 내려가면 기업들의 매출은 크게 악화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기업들이 조금씩 휘청이게 됩니다. 기업이 도산하면 일자리가 줄어들고 기업에 대출을 내어준 은행 역시 재정상황이 악화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즉 물가의 하락이 지속되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 물가 지수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 9월 이미 한번 물가 하락이 있었고, 올해 5월 또다시 물가가 0.3% 하락했습니다. 물가가 과도하게 오르거나 과도하게 내리는 것은 각각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유발하기 때문에, 물가 상승률은 적정한 수준에서 증가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미 전 세계적인 경제 침체와 더불어 물가 하락까지 겹치게 되어, 점점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를 막기위해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시중에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생활 뿐만 아니라 경제에서도 많은 것들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앞으로 코로나19가 바꾸고 있는 세상에 빠르게 적응해야 할 필요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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