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경제의 일상
오피스텔에 1인가구로 거주하는 A씨는 아침에 일어나 방문 앞을 확인한다. 한국야쿠르트에서 새롭게 런칭한 ‘잇츠온’서비스를 통해 아침을 매일 배달받기 때문이다. 메뉴도 다양하고 저염식, 간 건강, 나이 등 이용자의 다양한 특성에 맞게 상품을 추천해주기 때문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회사에 출근하는 길에 회사 사옥에 있는 뚜레쥬르 매장에서 시원한 커피를 받아온다. 한 달에 2만 원가량의 금액을 먼저 지불하면, 매일매일 커피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잔당 700원꼴의 금액이기 때문에 매번 사서 마시는 것 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직장에서 퇴근하고 난 후, 매주 수요일은 빨래업체가 빨래를 수거해 가는 날이다. ‘런드리고’서비스 가입을 통해 한 달에 3만 원가량의 금액을 지불하면 월 3회 빨래를 수거해 가고 다음날 다시 가져다준다. 자정 시간에 수거해 가고 다음날 자정에 다시 배달해주기 때문에 시간에 쫓길 필요도 없다. 서비스에 가입하게 되면 문 앞에 분실 방지 및 수거용 세탁물 수거 장비를 설치해 주기 때문에 가져다 놓기만 하면 된다. 일정 금액을 추가하면 이불빨래와 드라이클리닝도 가능하다. 혼자 살며 일만 하기도 가뜩이나 피곤한데, 주변 생활을 챙길 여유가 없어 A씨는 이 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 빨래를 밖에 내놓고 난 후 A씨는 배상면주가에서 정기적으로 가져다주는 막걸리 한 잔과 넷플릭스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위 글은 구독경제를 기반으로 한 A씨의 일상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구독경제란 소비자가 일정한 금액을 지출하면, 판매자가 정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를 제공해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구독경제의 시작은 오래되었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 트렌드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구독경제는 신문, 우유, 녹즙 등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였습니다. 그러나 1인가구가 증가하고 비대면이 업계의 트렌드가 되면서, 많은 분야에서 구독 서비스를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유튜브, 넷플릭스 구독부터 시작하여 식사, 면도날, 콘택트렌즈, 화장품, 세탁, 주류, 음악, 반려동물 용품, 영화, 드라마 등 그 범위가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고가의 자동차로 유명한 ‘포르쉐’는 매달 200만 원가량의 금액을 지불하면 8가지 차종을 원할 때마다 정해 탈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변화의 중심에는 상대적으로 디지털기기에 친숙한 2~40대가 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소유에서 공유로 넘어갔던 과거의 흐름이 다시 한 번 바뀐 것입니다. 최근까지도 쏘카, 위워크, 에어비앤비 등 공유경제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는 듯싶었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남들과 공유하는 서비스 보다는 개인만을 위한 서비스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구독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 일상 생활용품 및 주기적이고 반복적으로 필요한 물품들 위주로 구독 서비스가 발달하고 있지만, 앞으로 그 범위는 창업자들의 상상력에 따라 무제한으로 넓혀 질 것입니다.
구독경제로의 트렌드 전환
구독경제는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편리한 방식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기호에 맞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고, 매번 새롭게 구매하는 것 보다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매번 방문해서 필요 물품을 구매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도 있습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구독자 수를 통해 어느 정도 수요를 예측하여 이에 맞게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고,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고객 확보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서비스 기간이 길어질수록 애플과 같이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더 이상 오피스 프로그램을 판매하기 위한 CD를 생산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월마다 일정 금액을 내고 소프트웨어 사용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변경했습니다. 아마존 역시 아마존 프라임이라는 구독 서비스를 결제하면 아마존의 모든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우리나라 구독서비스 업계에서 최장수라고 할 수 있는 업체는 ‘한국야쿠르트’입니다. 살구색 옷을 입고 카트를 타고 다니는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대명사를 만들어 낸 야쿠르트는 ‘잇츠온’이라는 브랜드를 출시하며 구독서비스를 통해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밀키트 배달 서비스를 통해 건강식품을 넘어 식사까지 배달의 영역을 넓힌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전국을 누비는 야쿠르트 아줌마의 판매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2017년 12억 매출을 기록한 잇츠온은 2018년 60억 매출을 기록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구독경제 시장의 규모가 큰 편이 아닌 만큼, 앞으로도 관련 기업의 출현과 꾸준한 시장의 발전이 예상됩니다.
물론 관련 산업이 발달할수록 부작용도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중도 해지가 어려운 구조로 되어있거나, 서비스를 실질적으로 이용하지 않아도 일정 금액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위약금에 대한 불공평한 약관도 문제의 소지가 많습니다. 충분한 공지 없이 사전에 약속된 서비스가 변경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서비스 이용자 확보를 위해 과장, 허위 광고 등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계산 등의 문제로 인해 사업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의 비슷한 기업인 무비패스는 월 9.9달러의 비용을 지불하면 매일 1편의 영화를 오프라인 영화관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하지만 비용 산정의 오류와 예상치를 넘어서는 소비자들의 영화 관람으로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구독경제가 활성화되고 많은 영역에서 해당 사업모델이 적용된다면, 더 이상 소유와 구매보다는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고 반납하는 생활 스타일이 생겨날 것입니다. 제조업체들은 물건을 제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구매를 하지 않는 사용자에게 어떻게 자신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결합시킬 것인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이미 우리는 공유 경제라는 것을 통해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경험했습니다. 물론 부동산은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된 것이 아니라, 너무 값이 비싸기 때문에 소유가 어려워져 전세와 월세 같은 개념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 우리의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들을 구매하고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면, 이것 역시 하나의 거대한 시장의 흐름이 될 것입니다. 이 흐름에 또 발 빠르게 적응하는 기업이 어디인지도 항상 눈여겨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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