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미국 반도체 업계 시총 1위 달성
엔비디아의 성장세가 무섭습니다. 반도체의 절대 강자인 인텔의 성적이 부진한 틈을 타 미국의 반도체 업계에서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올라섰습니다. 인텔은 최근 기술 발전의 부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이후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4년간 엔비디아는 10배 이상의 주가 성장세를 보여주면서, 반도체 시장의 차기 주자로 확실히 자리매김 하고 있습니다. 현재 엔비디아의 주당 가격은 약 400달러 초반에서 형성되고 있고, 시가 총액은 2,500억 달러입니다.
엔비디아의 성장과 GPU
93년 창업된 엔비디아는 원래 GPU, 즉 그래픽 처리 장치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99년 첫 지포스 그래픽카드를 엔비디아에서 출시하면서 GPU라는 용어가 대중화됩니다. 초기 엔비디아의 성장을 책임졌던 부문은 게임 업계와 멀티미디어 시장의 성장을 통해 발생하는 끊임없는 그래픽 카드에 대한 수요였습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여기서 흐름을 놓치지 않고,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까지 사업 부문을 넓히는 중입니다. GPU가 어떤 제품이기에 엔비디아를 반도체 업계 1위로 올려놓게 되었을까요?
컴퓨터 및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핵심 연산장치는 본래 CPU 제품입니다. GPU는 말 그대로 그래픽 부분을 책임지는 기기였습니다. 간단하게 비유하자면 CPU는 한 명의 유능한 전문직 기술자가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빠르게 해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명령어를 한 번에 하나씩 빠르게 처리하는 직렬연산이라는 방식을 CPU가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GPU는 복잡한 연산보다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연산을 반복적으로 진행하는데 강점을 보입니다. 병렬연산이라는 방식을 채택하기 때문에 양으로 밀어붙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격도 CPU에 비해 저렴합니다.
과거에 데이터양이 많지 않고 컴퓨터를 통해 단순한 작업만 시행했던 때에는 성능 좋은 CPU하나만으로 컴퓨터 구동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의 양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게임이나 영상 등에 대한 발전이 이루어지면서 CPU만으로는 컴퓨터를 구동하기 어려운 시기가 옵니다. 최근 들어 우리에게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는 4K화질의 영상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1초당 5억 개 가량의 픽셀을 쉴틈없이 컴퓨터가 연산해야 한다고 하는데, 아무리 CPU기술이 발전했다고 하여 이 작업을 CPU홀로 진행하기에는 무리입니다. CPU만으로 이 작업을 하다보면 렉과 버퍼링 때문에 컴퓨터가 제대로 구동되지 못할 것입니다. 이러한 CPU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GPGPU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GPGPU(General-Purpose computing on Graphics Processing Units)란, GPU의 기능이 그래픽 처리에만 국한되지 않고, CPU처럼 다양한 범위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자원을 배분하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이를 통해 GPU가 기존 그래픽 관련 연산만 진행하는 것을 넘어서서, CPU가 처리해야하는 데이터를 분산하여 함께 처리해주는 역할을 GPU가 맡게 됩니다. 즉, GPU만으로 시스템을 구동하는 것이 아니라, CPU와 GPU가 함께 구동되어야 그 효과가 극대화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GPU의 특징은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전성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인공지능 기술을 위한 머신러닝의 과정에서 GPU의 역할이 필수적이게 된 것입니다. 머신러닝의 핵심은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를 기계에게 학습시킴으로써 통계학적으로 기계가 최적의 선택을 내리게 하는 것입니다. 컴퓨터는 보이는 사진이 강아지임을 판단하기 위해 수백만 개의 강아지 사진을 반복적으로 학습하고 특징을 추출하여 저장합니다. 그리고 문제로 나온 사진이 컴퓨터에 보관된 특징과 얼마나 비슷한지를 토대로 판단을 하게 됩니다. 즉, 이 과정에서는 복잡한 연산보다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반복하여 처리하는 것이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구글 에서 인공지능 연구를 막 시작하던 시절, 딥러닝 시스템인 ‘구글 브레인’을 개발합니다. 당시 CPU서버 1,000여기를 통해 만들었던 이 시스템은 인공지능의 시초격인 시스템이었지만, 비용이 너무 컸습니다. 50억 원 가량의 비용과 60만 와트의 전력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이후 엔비디아가 GPU를 통해 구글 브레인과 비슷한 시스템을 만들게 되는데, 비용은 1/10, 그리고 전력 소모도 1/100가량의 와트에 불과했습니다. 이후 거의 모든 인공지능 관련 시스템에는 GPU를 핵심적인 부품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에서는 GPU를 통한 AI기술 발전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머신러닝 플랫폼 개발을 2006년부터 시작합니다. 이러한 엔비디아의 노력으로 개발된 CUDA라는 딥러닝 플랫폼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하나의 표준 기술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GPU의 쓰임새는 대규모의 데이터센터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세계 최대 SNS그룹인 페이스북은 GPU를 통해 자신들의 데이터 서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통해 수 억 개의 사진, 동영상, 텍스트를 분류하고 서버에 저장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GPU를 이용한 데이터 처리가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 외에도 바이두와 같이 미래 산업트렌드에 맞춰 클라우드용 데이터센터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GPU장치를 이용한 서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에서 개발한 'A100 텐서 코어 GPU'는 구글 클라우드 엔진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우디, 볼보 등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엔비디아와 손을 잡고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의 상황을 인식하고, 이에 기반을 두어 재빠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처리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차량 내부는 하나의 움직이는 여가시설처럼 바뀌게 되는데, 여기에서도 사용자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멀티미디어 재생을 위해서는 그래픽 처리 장치가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이렇듯 GPU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데이터센터 등 4차 산업혁명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품 중 하나가 되어버렸습니다.
변화에 잘 적응하는 기업
물론 엔비디아라는 기업의 전망이 장밋빛으로만 채워지지는 않습니다. 반도체 업종은 대표적인 경기민감주이기때문에, 기술 발전과 더불어 경기의 흐름이 중요합니다. 경기의 지속적인 불황으로 데이터 센터 건축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거나, 추가적인 데이터 센터 건축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경기 불황으로 인해 PC와 노트북의 판매량이 감소할 경우 엔비디아의 매출액 역시 자연스럽게 감소할 것입니다. 특히 게임 산업이 PC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옮겨지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GPU판매 위축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기술 역시 앞으로 자동차 시장을 지배할 하나의 트렌드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고 이용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고, 이 시기가 늦춰질수도 있습니다.
또한 신흥 그래픽 카드의 강자인 AMD역시 간과할 수 없는 변수입니다. AMD에서 출시하는 라데온시리즈의 그래픽카드는 상당히 신경쓰이는 경쟁자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엔비디아의 주요 매출 구성은 게임용 제품(GPU)판매가 51%, 데이터센터 부품 및 인공지능 플랫폼에서 나오는 매출이 27%, 자율주행 플랫폼을 통해 발생하는 매출이 6%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중 데이터센터와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비중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입니다. 게임 관련 매출 역시 고사양 게임으로 인한 지속적인 성능 업그레이드가 예상되는 분야로서, 앞으로도 전망이 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엔비디아의 매출은 거의 대부분 미래에 유망한 산업에서 발생하는 부분인 만큼, 앞으로도 눈여겨봐야 할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시대 변화에 잘 적응하고 대비하는 능력이야 말로 기업이 갖춰야 할 최고의 덕목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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