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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경제이야기

아베 총리의 사임 발표와 아베노믹스

by 가나다라abcd 2020. 8. 30.

아베 총리의 사임 발표

아베 총리

지난 28, 아베 총리의 급작스러운 사임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의 사임 발표 소식을 기자회견을 통해 접하게 된 측근이 많은 만큼 주변 참모진들에게는 당혹스러운 소식이었다고 합니다. 일본인이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혼네문화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핵심 참모진들은 기자회견 당일까지도 언론 인터뷰에서 총리를 매일 뵙고 있고 특이한 사항은 없다라고 얘기하기까지 했습니다. 아베 총리를 하루에 두 번 씩 만난다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역시 전날까지 해외 언론을 통해 끝까지 임기를 마칠 것이라고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아베총리는 기자회견 전날인 27일까지 일절 연락을 받지 않고 고민의 시간을 가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기자회견 당일 아소 다로 부총리에게 자신의 의중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주변 측근들 중 아베 총리의 사임 사실을 미리 알았던 사람은 기자회견 직전에야 알게 된 아소 다로 부총리뿐이었던 것입니다.

 

아베총리는 이번 달 들어 17, 24일 각각 게이오 대학병원을 통해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궤양성 대장염이 재발하여 건강상 무리가 있는 것으로 진단을 받았습니다. 궤양성 대장염은 말 그대로 장에 염증과 궤양이 발생하는 병으로, 직장에서부터 시작하여 장 전체에 증상이 퍼지는 질환입니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아직까지 완치가 어려운 난치병입니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궤양성 대장염을 지병으로 갖고 있었고, 지난 2007년에도 이 지병으로 인해 총리직에서 내려온 적이 있었습니다. 결국에는 건강상 문제로 인해 자신의 정치인생을 마감하게 된 것입니다. 아베 총리는 지금까지 역대 일본 총리 중 최장기간 연속 재임기간 일수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2020824일부로 총 2799일을 총리직으로 재임하면서 기존 2798일을 기록한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를 넘어서게 되었는데, 그 기록도 종료가 되었습니다. A급 전범의 후손이자 정치 엘리트 집안에서 태어나 전후 시대 최연소 총리 기록을 세우고 최장기간 총리직 재임이라는 또 다른 기록을 써내려갔지만, 건강상 문제로 그의 정치인생이 사실상 마무리되었습니다.

 

 

일본의 정치제도-의원내각제

일본은 의원내각제 국가이기 때문에 총리가 사실상 행정부의 수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년마다 치러지는 선거에서 일본 국민들은 우리와 같이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투표를 진행하고, 대통령 선거는 따로 진행하지 않습니다. 의원 선거만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과반을 차지하는 정당이 총리를 비롯한 주요 장관을 지명하여 내각을 구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과반을 차지한 정당이 없을 시 지향점이 비슷한 정당들끼리 연합정당을 구성해 연립정부를 세우기도 합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독일, 호주, 캐나다, 영국 등이 있습니다.

 

아베 총리와 일본의 자민당은 지난 2017년 총리직 연임에 성공했기 때문에, 본래 임기는 2021년까지입니다. 아베 총리의 후임으로 2021년까지 일본 내각의 총리직을 누가 맡을 것인지 많은 관심이 쏠릴 것 같습니다. 아베 총리의 소속 정당인 자민당에서는 9월내로 의원 총회를 통해 총리직 후임 인선을 마무리 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총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후보는 스가 요시히데 현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 간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의원총회 방식은 철저하게 계파별로 나뉘는 선거입니다. 현재 자민당 내에서 가장 인원이 많은 계파는 당연 아베 총리 계파이고, 그 다음으로 아소 부총리의 계파라고 합니다. 반면 현 관방장관인 스가 요시히데는 계파가 없지만 계파색이 진하지 않기 때문에 두루두루 지지를 받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차기 총리가 누가 될지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보다 국민 1인당 소득이 높은 국가들 중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을 정도로, 의원내각제는 보편적인 제도입니다. 우리나라는 사실 부통령이 없고, 대통령이 총리를 지명하여 총리가 내각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운영이 되는데, 이는 대통령제를 중심으로 하고 의원내각제가 약간 혼합되어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아베노믹스란?

아베 총리의 대표적인 정책은 아베노믹스입니다. 아베노믹스는 플라자합의이후 장기 디플레와 불황을 겪었던 일본의 잃어버린 20을 만회하기 위한 아베 내각의 핵심 정책이었습니다.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아베 내각은 세 개의 화살을 통해 일본의 디플레이션을 잡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세 가지 화살은 대담한 통화정책, 기동적 재정정책, 거시적 구조개혁입니다. 아베 총리가 윤전기를 돌려 돈을 무제한으로 찍겠다라고 했던 발언은 아베노믹스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발언입니다. 이미 일본은 장기 디플레를 타개하기 위해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정책으로는 추가로 사용할 정책적 카드가 없었습니다. , 아베노믹스는 결국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 경기부양을 꾀하고, 무제한 엔화 발행을 통해 엔화가치를 낮춰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올리고 경상수지 흑자에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아베노믹스 초기 달러당 80엔이었던 환율은 현재 100엔 이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적극적으로 공적자금을 주식시장에 투입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20193월 기준, 일본은행이 대주주인 상장기업은 전체 증시에서 50%에 달하는 등, 적극적인 시장개입 조치를 진행합니다. 미국의 연준이 코로나사태 이후 적극적으로 채권시장의 ETF를 매수하고 있는데, 사실 중앙은행이 나서서 증시에 개입하는 것은 일본이 먼저 시행했던 정책이었습니다. 물론 시장 조작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일본은행이 끊임없이 돈을 찍어내면서, 일본 정부의 부채 역시 눈덩이처럼 늘어났습니다. 현재 일본의 GDP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240%대로, 세계 1위 수준입니다. 다만 미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엔화 역시 준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러한 수준의 부채에도 국가가 돌아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의 신용도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본은 장기불황기간부터 시작하여 오랜 기간 제로금리를 유지해왔습니다. 또한 엄청난 양의 엔화를 시중에 공급하면서 유동성이 넘쳐나게 되었는데, 이 돈이 모두 해외 투자자산으로 쏠리게 되었습니다. 유동성이 장기불황에 빠진 일본 증시에 많이 흘러들어가지 못한 것입니다. 이렇게 일본의 저금리를 이용하여 엔화를 빌려 해외에 투자하는 것을 엔케리 트레이드라고 하는데, 이로 인해 일본의 대외 순자산 역시 2018년 기준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유동성 자금이 부동산으로 주로 쏠리는데 반해, 일본은 해외 자산으로 유동성이 흘러들어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는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일본의 증시는 디플레이션 시기에 비해 그래도 높은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일본의 대표 지수인 NIKKEI 225 지수. 2012년 이후 꾸준하게 상승중인 모습입니다.

일본의 대표 지수인 닛케이지수는 10,000대에서 24,000까지 돌파하는 등 꽤나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일본 경제가 잘나가던 80년대 닛케이 지수인 30,000대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일본의 GDP성장률 역시 과거(마이너스 성장)에 비해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한 해를 제외하고는 2%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80년대 경제 패권을 다투던 미국에 비하면 사실 미미한 수준입니다. 또한 양적완화의 부작용으로 자주 언급 드린 것처럼, 자산시장으로 유동성이 흘러들어가고 정작 필요한 계층에는 자본이 흘러들어가지 않는 현상 또한 마찬가지로 발생했습니다. 아베노믹스 기간 동안 일본 국민의 실질임금이 주가의 상승률에 비해 거의 오르지 않은 것입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장하는 낙수효과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아베 총리가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아베노믹스덕분에 디플레를 벗어나기는 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자산시장의 거품만 형성하고 경기침체는 여전하며 경기 회복이 아닌 장기집권에만 관심이 많았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 아베 총리의 사임 소식 이후 일본 닛케이 225 지수가 잠시 2%이상 급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아베 총리 이후 일본의 양적완화 기조가 사실상 종료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양적완화를 중심으로 한 현대통화이론외에는 지금의 저성장 시대를 타개할 만한 뚜렷한 대안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지금과 같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유래 없는 경기 침체의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긴축 정책으로 돌아서는 것 또한 위험부담이 굉장히 큽니다. 제 기준으로, 같은 정당인 자민당에서 집권을 이어가는 만큼, 일본이 지금까지 이어왔던 경제 정책의 방향이 크게 바뀔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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